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제1화: 어둠의 시작

by 한 줄기 lume 2024. 11. 30.

제1화: 어둠의 시작

차가운 바람이 휘몰아치는 어두운 밤, 그녀는 혼자였다. 유진은 골목길을 따라 걸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모든 게 잘못된 것 같았다. 꿈을 위해 떠났던 도시에서, 그녀는 이제 다시 돌아갈 곳이 없었다. 그저 버려진 듯한 느낌만이 그녀를 감싸고 있었다.

몇 달 전, 유진은 큰 꿈을 품고 도시로 떠났다. 가족과 친구들에게 응원을 받으며 그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했다. 그녀의 모든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고, 남은 건 빈 손과 상처뿐이었다.

길을 걷던 유진은 문득 멈춰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별 하나 보이지 않았다. 고요한 어둠만이 그녀를 감싸고 있었다. 그때, 그녀는 한 줄기 빛을 보았다. 아주 희미한 빛이었다. 마치 죽어가는 불꽃처럼 흔들리며, 그 빛은 여전히 하늘 어딘가에서 유진을 향해 미세하게 흘러들어오는 듯했다. 그 빛을 바라보며 유진은 무언가 느꼈다. 그것은 단순한 빛이 아니었다. 희망이었다.

"이게... 내 마지막 기회일까?"

그녀는 머뭇거리며 물었다. 하지만 그 빛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빛을 뽐내며 그녀를 이끌었다. 유진은 그 빛을 쫓아가기로 결심했다. 그것이 그녀에게 주어진 유일한 기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 길은 생각보다 더 길었고, 그녀는 점점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그 빛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더 가까워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유진은 점점 더 빠르게 걸었고, 어느 순간 그녀는 그 빛이 있는 곳에 도달했다.

그곳에는 작은 빛이 밝게 빛나는 등불이 있었다. 그 빛을 들여다보니, 그 안에 한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자신이었다. 유진은 놀라움과 혼란 속에 한 걸음 다가갔다.

"이게... 나?"

그 사람은 유진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네가 찾고 있던 빛은 바로 너 자신이었어."

 

유진은 그 빛 속에서 마주한 자신의 모습에 얼어붙은 채로 서 있었다. 그 사람, 아니, 그 자신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뭔가 비현실적인 일이 벌어지는 듯한 기분에, 유진은 한 걸음 물러섰다.

"내가... 나를 만나다니," 유진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녀는 아직도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자신은 계속해서 다가오며 부드럽게 말했다.

"두려워하지 마. 나는 네 안에 있는 모든 희망과 가능성의 상징이야. 네가 길을 잃었다고 생각했을 때, 사실은 이미 여기까지 오고 있었던 거야."

유진은 그 말을 이해하려 애썼다. 어떻게 자신이 희망일 수 있을까? 매일을 힘겹게 살아가며,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버텨온 그녀에게 그 말은 너무나도 과장된 이야기처럼 들렸다. 하지만 그 자신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너는 지금 어둠 속에 있지만, 그 어둠은 지나갈 거야. 그 어둠을 넘어서면, 너에게 새로운 기회가 기다리고 있어."

"그런 기회는 나에게 오지 않아. 내가 뭐든 다 잃었으니까," 유진은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과거의 실패가 떠올랐다. 모두에게 기대를 했고, 결국 혼자만 남았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고, 그녀는 홀로 남겨졌다는 생각에 무너졌다.

그 자신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대답했다.

"그렇지 않아. 지금은 잃은 것 같지만, 사실 그 모든 것은 너를 더 강하게 만들었을 뿐이야. 그 경험이 너를 성장시키고 있어. 어둠 속에서 길을 찾을 수 있다면, 그 길은 더 빛날 거야."

유진은 그 말이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묘한 끌림을 느꼈다. 왜인지, 그 자신이 말하는 희망을 믿고 싶었다. 그녀는 무언가를 놓고 싶었지만, 그만큼 두려움이 크게 다가왔다. 그래도 그 빛이 인도하는 길을 따라가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다.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아직 너무 혼란스러워," 유진은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 자신은 천천히 걸으며 대답했다.

"먼저 너의 내면을 들여다봐야 해. 네가 그동안 외면해온 진짜 자신을 마주하는 게 중요해. 너는 지금 두려움과 상처에 묶여 있지만, 그것들을 벗어날 수 있어. 나를 따라와."

그 말에 유진은 무언가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그 자신을 따르기 시작했다. 길은 여전히 어둡고, 한 걸음 한 걸음이 무겁게 느껴졌다. 그러나 그 빛이 그녀를 이끌고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했다.

 

유진은 그 빛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여전히 어두운 길은 끝없이 펼쳐져 있었고, 그녀는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내딛었다. 그 빛이 조금씩 멀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녀는 두려움을 이기고 계속 걸었다. 그 빛을 따라가는 것이, 지금 그녀에게는 유일한 선택 같았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면 뭔가 달라질까?" 유진은 자신에게 물었다. 하지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바로 오지 않았다. 그저 어둠 속에서 점점 더 깊은 곳으로 걸어가고 있을 뿐이었다.

그때, 그녀의 앞에 작은 집 하나가 나타났다. 그 집은 허름했지만 따스한 불빛이 창문 너머로 새어 나왔다. 유진은 그 빛을 보고 마음이 조금 놓였다. 사람들이 있을 것만 같았다. 따뜻한 식사와, 어쩌면 위로를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그 집으로 다가갔다.

문을 열고 들어선 유진은 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자를 발견했다. 그는 고요하게 앉아 책을 읽고 있었고, 유진이 들어오자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남자는 그녀를 반갑게 맞이하지도, 경계하지도 않았다. 그저 묵묵히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무엇을 찾고 있나?"

유진은 당황하지 않으려 애썼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 저는 빛을 찾고 있어요. 제가 어둠 속에서 길을 잃었거든요."

남자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빛을 찾는다고? 그렇다면 네가 지금 보고 있는 그 빛이 진짜 빛인지를 먼저 물어봐야 하지 않겠나?"

"진짜 빛이...?" 유진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남자는 책을 덮고 유진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깊고 진지했다. "너는 지금 외부의 빛을 찾고 있겠지만, 그 빛이 네가 진짜로 찾아야 할 빛일까? 외부의 빛이 아니라, 네 안에 숨겨진 빛을 찾아야 해. 그것이 진짜 빛이란다."

유진은 그 말을 듣고 깊은 생각에 빠졌다. 자신의 내면에 숨겨진 빛이라니. 지금까지 자신이 찾고 있던 것은 언제나 외부에서 얻을 수 있는 도움과 희망이었다. 하지만 그 남자의 말은 그녀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내 안에 빛이 있다고?" 유진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녀는 그동안 스스로를 너무나도 어두운 존재라고 생각해왔다. 실패와 실망으로 가득한 그녀의 마음에는, 과연 빛이 있을까?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네가 겪은 모든 고통과 상처는 네 안에 있는 빛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기 위한 과정일 뿐이다. 그것을 깨닫지 않으면, 외부의 빛을 아무리 쫓아가도 결국 어둠 속에서 헤매게 될 것이다."

유진은 그 말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지금까지 외부의 사람이나 환경이 자신을 변화시켜주길 바라며 살아왔지만, 그 무엇도 그녀를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이제는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자신을 돌아보아야 할 때였다.

"내 안에 빛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유진은 진지하게 물었다.

남자는 잠시 침묵을 지킨 후, 조용히 말했다.

"먼저, 너 자신을 용서하라. 그 후, 그 용서를 통해 네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들여다보라. 네가 잃은 것들에 대해 슬퍼하고 있지만, 그 슬픔 속에서도 배울 점은 분명히 있을 거다."

유진은 그 말을 마음에 새기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그녀는 단순히 외부의 빛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서 나오는 진짜 빛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